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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p. 3
    시즌별 리뷰/시즌 7 2024. 6. 19. 00:58

    Hungry

    각본 빈스 길리건

    감독 킴 매너스

     

     

    가벼운 에피소드였으므로 자투리 시간이지만 리뷰를 쓴다.

     

    Hungry는 정말 유쾌한 에피소드다. 무겁지 않고, 몇 장면은 뒤집어지게 우습다. M&S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도 녹화 끝나자 마자 다시 틀어 본 에피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누군가 하고 크레딧을 확인하니 빈스 길리건이었다)

     

    Hungry는 기본적으로 1인칭 괴물 스토리다. 추리 과정을 끌어갈 M&S 없이도 이야기가 처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먹어선 안 될 것 - 사과가 아니다 - 을 먹다 결국 꼬리가 밟힌 - 신이 아니라 FBI한테 - 주인공 '나'의 막다른 상황이 메인 플롯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다급해진 '나'의 관점에 맞춰 과장되고, 피상적이고, 캐리커처되어 있다. 불이 켜진 걸 봤다며 악착같이 주문을 하는 teaser의 건달, 유들유들한 미소에도 웬지 위협적인 연방수사관 (멀더 ;-), 이해심은 있지만 쓸모라곤 반푼어치도 없는 상담가, 사람은 좋지만 눈치코치 없는 집주인 실비아... 모두가 죄책감으로 이미 머리가 터질 지경인 '나'를 갈구는 존재들이다. 라인하트의 상담실에서 귀가 떨어질 때 '나' 뿐 아니라 나까지 가슴이 철렁했던 것은 각본이 괴물 시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동일시에 성공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괴물에 대한 동일시를 가능케 한 것은 또 있다. 주인공 괴물 롭 로버츠로 분한 채드 E 도넬라다. 격렬한 식욕과 양심, 쫓기는 불안 사이에서 거의 히스테리 상태가 된 그의 롭 연기는 <아메리칸 사이코>, <샤프트>의 크리스찬 베일을 연상시키며 일찌감치 내 동정심을 샀다. 끈덕지게 나타나 알 수 없는 말로 롭을 괴롭히는 FBI 요원("I already got a pretty good idea who it is" "I'm just tying up some loose ends")을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

     

    그러나 상황이 절박하다고 이 1인칭 스토리에 유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란 말에 "네, 우리 식대로요" 하며 번쩍이는 배지를 꺼내보이는 M&S (롭의 관점에서는 형사 콜롬보& 빨간머리 수사관), 지글거리는 햄버거가 사람 뇌로 보이는 장면, 폭식증 환자 모임에 온 중년 신사의 대머리가 뇌를 담은 거대한 보울로 보이는 장면 등 기분좋은 유치함과 비주얼 개그가 곳곳에 넘쳐 난다. 그러나 훌륭한 코미디 작가답게 빈스 길리건은 상황에서 가장 큰 유머를 끌어낸다. 롭이 범인임이 시작부터 명백한 상황에서 고작 판촉 배지 때문에 엉뚱하게 용의자로 몰리는 전과자 더우드(가게를 비우고 나온 '럭키보이' 직원들의 말없는 응시), 스피커가 켜진 줄도 모른 채 가게 안에서 사건 얘기를 주고받는 두 수사관(M&S ;-)의 얼간이 같은 모습, 문까지 잠그고 복도로 나갔다 "우와아아악!!!!" 하는 일갈과 함께 문을 부수고 들어와 침입당한 흔적을 연출하는 롭, '형사 콜롬보'의 심문을 받는 동안 쓰레기 봉투에서 초조하게 흘러나오는 피 등은 상황적 아이러니가 낳는 웃음을 한껏 선사한다. 특히 빨간머리 수사관과 다시 온 '형사 콜롬보'가 범인은 뇌를 먹는 돌연변이라고 하자 롭이 "I'm sorry... but this is like Good Cop... Insane Cop"이라고 하는 대목에선 거의 웃다 죽는 줄 알았다. '좋은 형사, 미친 형사'라니! 지금까지 M&S를 묘사한 말 중에 가장 걸작이었다.

     

    아무튼, 포위망을 좁혀오는 경찰들에 어떻게든 식욕을 잡아보려 한 롭의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 다이어트 약에 다이어트 검, 동기화 비디오테이프("You're your own man. You can control whatever you do!"), 심지어 폭식환자 모임까지 별별 수단을 다 써봤지만 소용 없었다. 이 위험한 식욕은 콜롬보 수사관의 말처럼 오직 강해질 뿐이라는 것("It satisfies it any way it can")을 그는 깨달아야 했다. 그 식욕이 마침내 선량한 집주인 실비아까지 먹어치우고 만 것은 시청자 못지 않게 롭 자신에게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가 노력을 포기한 것은 그 시점에서다("I had a breakthrough last night"). 효과적으로 달성된 동일시는 라인하트 앞에서 "나도 생물학적으로 (뇌를) 먹어야만 하게 돼있나 보죠. 그게 뭐가 나빠요?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나요? 생물학적으로 그렇다는데!"(Maybe I've got a biological imperative, too. So why is that such a bad thing?! Like the world's going to end? That is biology! You can't fight biology!)라고 외치는 롭의 심정을 이해하게 한다. 나도 외쳤다 - "맞아! 생물학적으로 그런 거야! 난 커피를 끊을 수 없어!!"

     

    ...각본은 현명하게도 괴물 롭 로버츠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가 왜 그런 괴물이 되었는지, 괴물에서 인간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신체 구조상의 특징은 무엇인지, 패스트푸드 점원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그런 좋은 집에 사는지... 이것은 롭의 이야기이므로 롭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설명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그를 찾은 콜롬보 수사관이 범인은 "작은 상어 이빨 같은" "코끼리모양 주둥이"를 가진 "식인 괴물"이란 말을 하긴 해도 롭이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그것은 롭을 설명하는 완전한 진실이 못 된다. "세상에 괴물이란 없고" "모두의 가슴 속엔 선에 대한 의지가 있으며" "섭식장애는 낮은 자아존중감이 낳은 결과일 뿐"이란 라인하트 박사의 말이 공허하게 울리는 것도 그것이 아름답기만 할 뿐 진실과는 거리가 먼 말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알 순 없다 - 나타난 결과만 가지고 아무리 분석해도, 아무리 상대를 안다고 생각해도. "그건 어제 얘기죠(That was yesterday)"는 누군가의 이해를 마침내 포기한 롭의 닫힌 마음을 보여주어 갑자기 날 찡하게 했다. 그를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를 도우려 한 라인하트와 멀더("Watch out for that monster" "I think we're looking for somebody who has a compulsion to kill... who truly can't help himself")의 호의를 그가 모르지 않았기에 자살(사실상)을 택한 그의 심정은 더 깊이 와닿았다. 아무도 자신을 바꿀 수 없다("I can't be something I'm not") - 롭은 계속 먹든가, 아니면 사라져 주어야 했다.

     

    철저한 시점 통제로 우리의 공감을 끌어낸 빈스 길리건은 롭의 정체를 밝히는 대신 한 가지 조크를 했다. 그가 깔끔한 것은 바로 괴물이기 때문이라고. 롭의 집이 유난히 깨끗한 게 마치 수상한 증거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는 콜롬보 수사관!("혼자 산다구요? 브라보! 독신남은 가구만 가진 곰이라고들 하는데, 여기는... 그에 비하면 내 집은...") 깔끔한 독신남은 돌연변이라. 가벼운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코믹한 - 그리고 내가 보기엔 상당히 진실에 가까운 ;-) - 괴물론이었다.

     

     

    분위기 좀 깹시다!

     

    - 너무 오랜만에 새 x파일을 봐서인가, 아니면 정말로 M&S가 평소보다 다정한가? '럭키 보이'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둘이 남아 현장을 수색하는 그들의 즐거운 무드는 도무지 근무 중 같지 않다(미소가 둘의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흠... 보는 사람만 없으면 이제 이렇단 말이지.

     

    - 셰이크 기계 옆에서 "즉석 수술"을 했을 리 없다는 스컬리의 반론에도 혼자 범인이 "식사"를 한 흔적을 찾다 붉은 얼룩이 보이자 지레 뇌로 착각하고 기겁하는 멀더("저건... 오, 맙소사... 으, 저거... 저거 뇌예요? 뇌 맞아요?!"). '북 치고 장구 친다'는 말이 생각난 건 내 탓일까? ;-) 하지만 스컬리는 멀더의 이런 점을 은근히 귀여워하고, 그를 놀리는 한 방법으로 써먹는 것 같다. 멀더를 멋적게 하려는 듯 일부러 천천히 "간 고기"라고 한 여기서나 부검대의 시체가 끔찍할 때 보란듯이 휙 천을 들쳐보이는 것, 멀더가 옆에 있을 땐 이것 저것 일부러 뒤집고 헤쳐 보는 것이 다 그런 속셈일 것이다. 돌연변이/괴물/외계인과도 싸우는 멀더가 고작 피와 내장에 겁을 먹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 몰래 숨어 M&S 얘길 훔쳐듣지 않고 스피커를 켠 뒤 밖에서 느긋이 귀를 기울이는 롭. 다급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줄 아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매력적이었다.

     

    - 그건 그렇고 '럭키보이' 레스토랑 아이콘, 정말 심하지 않은가? '럭키'는 커녕 심술맞고 사악해 보이기까지 한다. 판촉 행사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 처음 롭을 찾아갔을 때 안주머니에서 공책을 꺼내는 멀더를 보고 이게 다 연기임을 알았다. 멀더는 노트 같은 건 안 하는 형사니까 :-) 럭키보이 레스토랑에서 롭이 희생자에 관해 물어볼 때부터 그가 범인인 줄 알았을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Hungry의 멀더, 롭 'braineater' 로버츠의 시점이라 그런지 정말 다르다. 늘 웃고, 호의적이고, 캐주얼하지만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예리한 분위기가 정말 콜롬보 같다. 물론 늘 있던 면모지만(Arcadia에서 그웬 부부와 식사할 때를 보라), 여기서는 내내 그렇다. 새롭다.

     

    - 와! 실비아의 전남편이 보낸 사립탐정, 진짜 멀더랑 닮았다. 멀더가 잘 모는 빨간색 자동차까지 타고 있으니 정말 비슷하다(목소리는 다르군...). 시즌 7이 시리즈 마지막 같은 느낌을 준 것도 이런 것 때문이다. 지난 주 Amor Fati에선 미세스 필레기인 스키너 비서 킴벌리가 전에 없이 긴 대사를 하더니 여기선 듀코브니 대역 스티브 키지액이 출연하고, 뒤로 가면 빌 데이비스가 각본을, GA가 각본/연출을, 빈스 길리건이 연출을 하는 등 전 제작진이 돌아가며 관객과 인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탐정 키지액은 롭을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정말 허무하게 죽지 않았습니까?

     

    - 코믹 에피소드인데도 자못 비장하게 깔리는 스코어, 좋다. 햄버거가 뇌로 변하는 씬에 흐른 곡이 그중 제일 맘에 든다.

     

    - "생활이 먹는 것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My entire life revolved around eating)... "식욕이 나를 조종했습니다"(My appetite was controlling me)... 아, 꼭 내 얘기 같다. 동기화 운동 강사는 다 그런가, 아님 이 사람 말투가 <매그놀리아>의 프랭크 매키(톰 크루즈)와 유난히 비슷한가?

     

    - 롭 덕에 졸지에 전과자인 게 탄로나고 살인용의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해고까지 당한 더우드, 건달인 줄 알지만 불쌍하다. "작별하는 마당이니 알려 드리죠. 보는 사람 없을 때 저는 코울슬로에 이렇게 제 새끼들(손가락)을 담그곤 했답니다" - 요새도 이런 고전적인 건달이 있나?

     

    - 실컷 먹고 토하는 게 아니라 그저 먹기만 한다는 롭의 말에도 더이상 듣지 않고 'low self-esteem' 운운하는 닥터 라인하트에 롭 뿐 아니라 나도 눈을 굴렸다. 동정심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녀는 입문서에 나온 문제가 아니면 이해도, 접수도, 해결도 못 하는 통찰력 없는 상담가의 전형이다 - 상대의 문제를 자기가 아는 문제로만 축소, 접근하는 것이다. "신디 크로포드라도 funhouse에선 어떻게 보일까요?"란 질문에 롭이 "괴상하게요?"라고 대답하자 어린애 꾸짖듯 눈을 흘기던 그녀의 모습은 자기 심정을 토로하는 데도 정답과 오답이 있는 천편일률적 상담의 극치를 보여준다. 롭이 늘 서둘러 내빼는 것도 당연하다("You always hurry away").

     

    - M&S가 처음 롭을 찾아왔을 때 멀더는 윗층 복도에 있고 스컬리는 계단을 올라오는 것, 멋지다. 아래 위로 포위해 들어오는 두 수사관 사이에 갇힌 롭의 공포가 실감나게 전달되었다.

     

    - 롭을 심문하기 위해 앉은 스컬리의... cleavage는 롭의 시점이라 여기겠다(아니라면... 멀더는 좋겠네 ;-)

     

    - Hungry의 스컬리가 유난히 예쁜 것도 롭의 시점인가?

     

    - 스컬리는 롭과 마주앉아 있고 멀더는 뒤쪽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는 쇼트! 너무 좋다. 이유는 모르겠다. 캐주얼한 것 같으면서 자못 위협적인 분위기가 그냥 쿨하다. "Who said he left town?"이란 말에 나도 찔끔했다. 롭처럼 나도 M&S한테 쫄았나 보다(역시 훌륭한 수사관들이다. 스컬리의 cleavage와 멀더의 GQ 포즈에 넋이 나갔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은 단호히 간과).

     

    - 인간 변장을 벗은 롭, 케빈 베이컨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 롭을 쏜 뒤 M&S가 구급차도 안 부른 건 M&S가 아닌 빈스 길리건 잘못이다. 원래 잘하면 선수 탓, 못하면 감독 탓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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