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 5시즌별 리뷰/시즌 7 2024. 6. 19. 00:58
Rush
각본 데이빗 아만
감독 로버트 리버만
"Withdrawal? from what?" "The rush."
생각보다 괜찮은 에피소드였다. 아니, 몇 가지 은유를 포함한 구성력과 연출은 상당히 뛰어났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전통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클래식한 MOTW x파일이었다.
데이빗 아만은 한 가지 은유로 사건 전체를 구성했다. 바로 '마약' 아날로지다. "rush", "withdrawal", "fix", "speed"... 모든 것이 마약과 관련된 일상어로 서술되었고 표면적 사건만 짐짓 그 사전적 의미로 구성되었다. 동굴이 주는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중독자와 그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의 문제라고 해도 무리 없을 채스티디와 맥스의 갈등("가서 도움을 받자"(Find a place to get some help) "도움을 받아? 낙이라곤 이것 뿐인데!"(Help for what? This is the best thing that's ever happened to me!) ), 동굴에서 처음 "초능력을 주는 무언가"(something that gives you superhuman powers)를 체험하고 "정말... 뿅 가더라"(It was... such a rush)라고 속삭이는 토니, "난 돌아갈 수 없다"며 죽음을 택하는 채스티디, 토니의 'rush' 능력이 아직 남았음을 보여주는 엔딩 씬 - 모두 마약의 중독성을 시사하는 연출이다.
비주얼도 표면적 플롯 - '스피드' - 을 빌어 짜릿한 환각의 느낌을 전달한다. 맥스의 'rush'에 사용된 스텝프린팅과 첫 흡입의 충격과 설렘을 말해 주는 성소 같은 동굴 시퀀스는 특히 인상적이다(두 시퀀스에 깔린 새 스코어도). 심지어 맥스의 외모마저 갈수록 '헤로인 시크(heroin chic)' - 레이어드 룩, 다크 서클, 갈라진 머리 - 를 띤다.
강한 중독성을 가진 것이 흔히 그렇듯이 맥스를 사로잡은 피츠필드 숲 동굴의 힘도 범죄로 귀결된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데서 온 맥스의 잘못된 해방감과 권위 의식은 토니의 시점으로 관찰되고 걸러진다. M&S는 여기서 시종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내막을 알아낼 뿐 사건을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한다. 맥스에게 뿐 아니라 채스티디와 토니에게도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윗사람들"(authority figures)이기 때문이다. 소년들은 비밀을 지켰고, 그들끼리 문제를 해결했다. 동굴은 어째서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쳤는가?(=오늘의 청소년은 왜 이런가?) 하딘 보안관 말대로 "애는 착한데 버릇이 없을 뿐"(He's not a bad kid. He just needs discipline)일 수도 있고, 멀더 말대로 질풍노도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They seem to be drawn to the turmoil of adolescence"). 토니의 집안 풍경으로 암시되듯 결손 가정의 증가로 방치되는 자식들이 늘어난 탓일 수도 있으며("How would you know? You're never around!"), 원칙적이지만 구태의연한 배빗 선생의 교실이 갑갑하게 느껴지던 것처럼 더이상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교육 탓일 수도 있다. 그 모두이거나, 그중 어느 것도 아닐 수도 있다. 무책임한 결론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교생들의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난데 없이 예술계가 비난을 받고 있는 - 모든 것이 폭력 영화 탓이다! - 미국 상황으로 알 수 있듯 때로는 섣부른 결론이 더 무책임할 때도 있다. 부보안관을 죽인 이유가 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모르겠다며 "근사한 이유를 기대했느냐"고 반문하는 맥스는 책임을 전가할 쉬운 타겟을 찾는 기성 세대를 비웃는 것 같다.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보다 결론을 열어 두는 것은 언제나 <x파일>의 장점이었다. M&S는 여기서 뒤로 물러나 있었지만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쉬운 타겟'을 찾지 않는 그들은 토니가 범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출발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진상을 파악한다. 고전 x파일의 영광된 관례에 따라 M&S의 첫 가설은 모두 빗나가고^^(범인은 폴터가이스트가 아니었고 토니는 범인을 감싸는 게 아니었다) 중도 노선이 미스테리를 해결한다. Rush에서 M&S는 둘 다 옳았다 - 스컬리 말대로 토니의 친구들은 사건에 관련돼 있었고, 멀더 말대로 원인은 초자연적이었다. 데이빗 아만은 두 사람이 모처럼 스컬리 주장대로 수사해 가는것을 보여준다(토니의 친구들 중심으로 탐문해 나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둘은 각자 통찰력을 발휘, 사건을 '함께' 풀어간다(비정상적으로 망가져가는 맥스의 상태를 진단한 스컬리/거기서 '스피드' 이론을 생각해낸 멀더) - 그리운, 전통적인 M&S 팀 플레이였다.
학교 문제에 뛰어들면 M&S가 아무 것도 못 하는 것 - 혹은 한발 늦는 것 - 역시 전통이다. 아이들이 M&S를 믿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맥스와 채스티디는목숨을 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도 지루한 데서 자라 봐서 안다"는 멀더의 의사소통 시도를 "언제 적 얘길 하는 거냐"며 물리치는 토니가 말해 주듯 M&S는 그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계인과 같다. 문제란 언제나 현재적이다 - '이미 겪어본 문제'라는 것은 지금 그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겐 아무 소용없는 얘기다.
성인이 십대와 다른 한 가지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자기 자신을 분리할 줄 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된다고 갑자기 문제가 사라지거나 없던 대처 능력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삶이란 문제의 연속이며, 당면한 문제는 여러 문제들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뿐이다. 먼저 번 문제가 나를 쓰러뜨리지 못했듯이 이번 문제도 결국 지나갈 것이다... 어떤 면에서 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포기하는 '문제와 자신의 분리'는 그래서 가능하며, 문제에 철저히 몰입하는 십대에게 성인들이 매사에 무관심해 보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듯 M&S에게 사건은 외면할 수 없는 일상이지만, 또래 압력의 한가운데서 중단 없는 스트레스 상태인 토니나 채스티디와 달리 M&S는 그로테스크하게 죽은 배빗 선생 앞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다. "What if we are too old?" 라는 멀더의 아쉬운 표정이 말해 주듯 이는 물론 슬픈 일이다 - 주변 세상에 공감하던 젊은 날의 감수성을 잃어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엽기적 사건의 와중에서도 동요되지 않는 독립된 현실을 유지하는 M&S("What?!", "...Just for me?")는 그 대신 얻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젊음의 'rush'가 평생 계속된다면 우린 모두 "exertion"으로 죽고 말 테니까.
사건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눈에 띄진 않지만 밀레니엄 키스의 영향이 감지되는 M&S의 private한 모습은 십대들의 좌절감과 에너지 - '마약' 에너지 - 로 비등하는 에피소드에 그래서 안정감을 제공했다. 로우키로 전개되는 이 세대 차이와 헤로인 은유 외엔 별다른 걸 시도하지 않았지만, Rush는 기본에 충실한 스토리로 자기완결에 성공했다: M&S 인터액션은 유기적이었고, 모든 발견이 정확히 다음 발견으로 이어졌다. 토니가 맥스와 처음 "ride"를 하는 씬 등 속도감과 착시를 강조한 비주얼, 불안과 기대, 흥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다양한 새 스코어도 멋지게 플롯을 보조했다. 진상을 확인할 수 없게 매립되어 버린 동굴은 아담스 고교 사건에 가능한 유일한 결말이었다. 청소년 일탈/마약 중독의 근원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으니까. 'Rush'의 흥분과 지배력을 맛본 토니가 그 "withdrawal"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분위기 좀 깹시다!
- After the Kiss 1 : 돌아서서 전화를 걸다 스컬리가 나타나자 무안 &반가워 하는 멀더. 아마 스컬리한테 걸고 있었을 것이다. '그 새를 못 참고...' 하듯 멀더의 등을 톡 치는 스컬리, 돌아보고 스컬리인 줄 알자 멋쩍어 하는 멀더로 보건데 스컬리가 늦은 것은 아마 몇 분도 안 되었을 것이다(몇 초도 안 되었을 수도). 동료가 아닌 애인을 기다리는 남자 같은 멀더, 동료가 아닌 안달하는 애인과 만난 여자 같은 스컬리 - 밀레니엄 키스가 가져다준 결과임에 틀림 없다. 스컬리는 늘 그렇듯이 모르는 척 했지만, 관계가 새로운/확실한 국면에 들어선 기대와 활기가 느껴진다.
- After the Kiss 2 : 멀더가 눈웃음을 보내는 채스티디를 돌아보자 멀더 팔을 잡아당기는 스컬리! 너무 놀랐다. 시즌 3 때는 멀더 주위의 여자들을 내놓고 경계했지만(그래서 오히려 'ship이 덜 느껴졌다), 그녀는 보통 멀더의 곁눈질을 그냥 무시하는 편이다. Sanguinarium에서 멀더가 예쁜 간호사를 쳐다볼 때도 무반응이었고, The End에서 다이아나 파울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아무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멀더처럼 애정 표현이 극적이지 않은 것이 스컬리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멀더가 한눈을 파는 듯하자 팔까지 잡아 돌려세우다니! 물론 장난스런 경고였지만, 그래도 멀더는 "뭘요?!" 하며 변명을 했다. 스컬리가 이렇게 확실하게 멀더에 대한 ownership을 행사하기는 처음이다(변명을 하면서도 웃는 멀더를 보니 그도 싫지 않은 모양이고). Go, Scully!
- "How long ago was that?" : Schizogeny에서도 케네디 조크를 했다 당하더니, 또 당했다! (낄낄... 이젠 십대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야지)
- 그러나 잽싸게 복수하는 멀더 : "우린 멍청한 늙은이들이니 네가 좀 참아라(Bear with us 'cause we're old and stupid)."
- After the Kiss 3 : 스컬리가 계속 사람을 놀라게 한다. 멀더가 또 황당한 이론을 늘어놓자 갑자기 유혹적으로 멀더의 양복 깃 - 혹은 타이 - 을 만지작거리며 토니의 친구들부터 만나보자고 하는 스컬리. 말 끝엔 "어때요? 날 위해서..."라고까지 한다. 그런데 멀더는 그렇게 놀라는 것 같지 않다. 마지막에 '스컬리가 이렇게 부탁을 한다면야...' 하는 표정을 짓긴 하지만, 절대 놀라는 기색은 아니다.
지난 주에 M&S 첫 등장 씬을 마치 그새 뭔 일이 있었던 것처럼 연출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우리는 M&S의 사적인 삶으로부터 점점 소외되는 것 같다. 카메라는 이제 더이상 둘의 사적인 순간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에는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스컬리의 애교 작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기의 멀더 모습은 이것이 키스로 두 사람 관계가 공식화 - 적어도 본인들에게 - 된 후 적어도 얼마의 시간이 흐른 다음임을 암시한다. 이런 행동들이 아직 신선하지만 처음은 아닌 단계인 것이다.
멀더의 옷을 만지작거리는 스컬리를 완전히 보여주지 않은 것도 카메라가 더이상 그들의 개인적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스컬리가 뭔가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는 짐짓 '수사관 M&S'만 포착하고 있다 - 그 밑에서 벌어지는 작은 몸짓들은 둘만의 프라이버시로 남겨 둔다. 예전에는 M&S가 손만 맞잡아도 그것을 클로즈업했었다. 그런데 정작 멀더가 손가락으로 스컬리를 애무하는 것 같은(Triangle 라스트씬) 작지만 에로틱한 순간에는 절대 미디엄 쇼트 이상 다가가지 않는다. 두 주인공이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카메라 - 이런 연출은 처음이다(남녀 주인공이 확실한 사이가 되면 그때부턴 온통 그것만 다루고 보여주는 게 드라마의 일반적 룰인데). 빌 로의 스타일인지 감독의 연출인지 DD와 GA의 연기인지 모르겠지만(마지막일 공산이 크다), 하여간 아름답다.
지난 주에 밀레니엄 키스가 약간 슬프게 끝나 우울했는데, 기쁘다. 우리가 안 보는 데서 또 한 단계 진전했다. 특히 스컬리 쪽의 변화가 놀랍다! 멀더 앞에서 동료이기만 고집하지 않는, 동료이자 애인일 수 있는 편안함, 명랑함이 보기 좋다. 스컬리 자신을 위해(시즌 5 이후로 한동안은 그녀가 'clinical depression' 상태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으니... :-( ).
- 리모콘 다루는 폼이 권총 다루는 것보다 자연스런 멀더.
- (스컬리도 당했다!) 맥스 : "한창 땐 한 '베티' 했겠는데요(=화끈했겠다)."
스컬리 : "베티"? / 멀더 : "한창 때"는요.
- Territorial!Mulder : 멀더가 나타나자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는 척. 당연한 듯 거기 앉는 멀더. (스컬리와 척 사이에서 왕처럼 혼자 앉아 있다)
-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I think we can rule that out)" : 감시카메라에 찍힌 형태가 구 소련 잠수함과 가장 가깝다는 척의 말에 스컬리가 잠시 뜸을 들인 후 한 대답. 옛날엔 스컬리도 이런 건조한 농담을 꽤 했는데(시즌 2-3),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좋다.
- 척의 가설도 좋다. 통계니 수치란 건 가끔 진짜 이런 엉뚱한 결과를 낳곤 하니까^^ 그래도 흥분하는 과학자들이라 귀엽고.
- 늙고 슬퍼 보이는 하딘 보안관. 첫 만남부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그에게 M&S가 조금도 반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꽉 막힌 시골 경찰이지만 부보안관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나이 들어 낳은 아들을 걱정하며 싸고 도는 안타까운 가장이다. 당하다니 안됐다.
- 토니 엄마도 안됐다. 밤낮으로 일하며 간신히 자식을 부양하는 엄마의 기대에 짓눌려 살았을 토니도 안됐다.
- 맥스 : 카리스마가 정말 대단하다. 위협과 호의가 섞인 태도로 토니를 관리하는 것도 그렇고, 토니를 쳐다보는 급우들의 시선을 "보고 싶으면 나를 봐"란 협박으로 차단하는 것도 그렇고(토니도 감사의 눈짓을 보낸다).
- "withdrawal"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 보안관. 아들이 살인자일지 모른다는 말에는 꿈쩍도 안 하면서 마약 - 우린 이게 마약 에피소드란 걸 다 알고 있었으니까^^ - 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는 당장 긴장한다. 아, 고달픈 미국 부모들...
- 맥스의 소지품을 또 슬쩍한 멀더.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익살스런 표정도 '사실 이러면 안 되지만'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스컬리는 역시... 무시.
- Nice Touch : 운동화를 쌓아놓고 사는 맥스!
- "우린 너무 늙은 거 아닐까요?" : 여느 때처럼 표정 없는 조크가 아니라 진짜 안타까운 모습이다. '제길, 벌써 40이야!' 하는 듯이... 최근 들어 정서불안이 없어졌다고 좋아했더니, 이젠 중년의 위기를 겪으려나 보다(히히). 하긴 온갖 이유로 불안정한 남자니까 ;-). "그럴 리야 없겠지만 딴 가설도 별로 나을 게 없으니 한번 가서 확인해 보자"는 말은 그런 멀더를 스컬리 식으로 위로한 것이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멀더! 좋은 소재다.
- 스컬리 키는 오늘도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폭스사가 <x파일>의 주 시청층을 '18세에서 34세 까지의 남성 인구'로 정한 다음부터 푸쉬업 브라와 함께 나를 괴롭히던 풀어헤친 셔츠도 다시 등장했다. 카멜 코트와 터틀넥 스웨터로 위안을 삼아야지... I WANT MY SCULLY BACK!!!!